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윤은 애정을 주는 법도, 받는 법도 몰랐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온 삶이었다. 어떻게든 아버지의 눈에 들고 싶어서 발버둥치는 윤에게 누군가를 만날 시간 따위는 존재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았다. 연애라는 단어는 윤과는 상관없는 먼 세계의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윤은 통 여자를 만나지 않는 저를 두고 암암리에 게이니 고자니 하는 소문이 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소문이,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린 모양이라고, 윤은 몽정으로 젖은 속옷을 보며 아연하게 생각했다. 가이드에게 연애감정을 느끼게 되었다는 센티넬은 많았다. 사실 센티넬과 가이드 사이의 케어라는 것이 스킨십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몹시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제 위에 올라탄 지원의 무심한 ..
윤은 최근에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비서 일까지 맡게 된 지원 덕분에 거의 하루종일 가이드와 붙어있는 셈이라 아플 일도 없었고, 잠도 푹 잘 수 있었다. 지원은 비서로서의 업무도 곧잘 해냈다. 그리고 그 언젠가의 입맞춤은 없던 일처럼, 둘의 스킨십은 다시 포옹까지가 되었다. 거래처와의 약속이 상대 쪽의 사정으로 캔슬되었다. 지원에게서 보고를 들은 윤이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점심 약속이라 미리 레스토랑까지 다 예약해둔 상태였다. 취소할까요? 지원의 물음에 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곧 손을 내저었다. 윤은 걸려있던 겉옷을 챙겨 입으며 지원에게 턱짓을 했다. 이왕 예약해둔 거, 송비서랑 같이 가면 되겠네. 준비해요. 윤도 지원도 말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둘만 있을 때는 조용한 게 보통이었다. 이를테면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