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나 좋아해요?” 소녀, 소녀 하더니 정말 마음까지 소녀가 다 됐나. 그게 아마 그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을 것이다. 재명은 걸치고 있던 가운을 제대로 여몄다. 방금 전까지 섹스를 하고, 샤워를 끝내고 나오자마자 들은 말이란 게 저런 거였다. 이런 타이밍에 이런 말을 하면 나쁜 놈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니.” 재명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서로가 서로를 괜찮은 섹스파트너쯤으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게 혼자만의 생각이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재명은 진작 다 식은 커피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렇구나, 아니구나. 장군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냥 단순한 농담이었던 것처럼 넘겼지만 재명은 장군이 상처받은 듯한 얼굴을 했던 것을 놓..
"우리 엄마랑 잤어요?" 낯선 남자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스쳤다. 집에 남자가 들락거리는 게 드문 일도 아니었고, 그다지 반갑지 않은 ‘손님’들의 얼굴은 퍽 자주 바뀌었다. 다만 방금 현관문을 열고 나온 남자는 윤이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방문자였다. 남자는 조금 전에 닫힌 문을 한번, 문 옆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낡은 창문을 한번 살핀 후에야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똑같이 물어봤니?""아뇨." 혹여 문 너머에 있을 사람에게 들릴까 걱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니 괜히 배알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아마 남자가 신경 쓴 보람도 없이, 이 대화는 고스란히 집안까지 전해질 것이다. 윤이 제 조그만 방안에서 듣고 싶지 않은 대화들을 늘 듣곤 했던 것처럼. "그럼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한테는 묻지..